오피니언 취재일기

“국민과 싸우다 지지 잃었다” …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의 자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성탁
사회 부문 기자

“새 전교조 위원장을 인터뷰하는 게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까?”

 5일 서울 영등포 전교조사무실에서 만난 장석웅(55) 위원장의 첫 마디였다. 전교생이 19명인 전남 남평중 다도분교 교사로 위원장이 됐지만 그는 두 차례 해직됐다가 복직했다. 전교조 사무처장과 전남지부장도 지냈다. 뼛속까지 전교조일 것 같은 그는 ‘겸손의 인사’를 했지만 소신이 또렷해 보였다.

 “국민과 싸우다 지지를 잃었다. 소수 활동가의 이념에 따라 전교조가 휘둘려선 안 된다”며 자성을 했다. 교원평가 투쟁 등을 예로 들며 ‘뼈아픈 반면교사’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면서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질 높은 공교육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념과 투쟁을 버리고 이주호 장관 등과 대화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했다. “올해 MB 정권의 특권 교육과 전교조·진보(친전교조) 교육감의 공방전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위원장 2년 임기 내인 2012년 치러질 대선·총선과 관련해선 “혁신학교와 무상급식을 뛰어넘는 교육의제를 만들어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는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 교육은 진보교육감 구도다. 교육은 확실히 진보교육감들이 선점했으니 발전시키면 된다”는 전교조 색깔을 드러냈다. 과도한 정치 투쟁으로 지지를 잃었다고 하면서도 또다시 정쟁의 복판에 설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충돌하는 목표를 세운 탓인지 “교육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 부작용이 없겠느냐”는 질문에는 말끝을 흐렸다. 조직 내 강경파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교육의 정치 쟁점화를 경계하며 조직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남평중 최철웅 교장은 “학생생활부장을 맡아 성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오후 7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켜 좋은 고교에 진학시켰다”고 장 위원장을 평가했다. 다도분교 양기성 교감은 “아이들과 낚시도 가고 체험학습을 즐기는 분”이라고 말했다.

 “소통하며 학교 변화를 이끌겠다”는 그의 포부와 “투쟁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이 헛말이 아니길 바란다. 이념보다는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위원장이 되길 바란다. 20년 전 전교조 참교육 정신에 그 해답이 있다.

김성탁 사회 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