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관전평] 재팬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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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은 마운드의 높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높은 마운드도 타선과 수비가 뒷바침이 안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주니치의 무기력한 타선은 4패를 하는동안, 부실한 수비는 재팬시리즈 패배를 결정짓는 최종 5차전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며 45년만의 우승의 꿈을 꾸던 주니치팬들을 실망시켰다.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잘해야 무승부이다. 1,3,4차전 모두 완봉패를 당했을때의 팀타율은 0.187에 불과했다. 찬스가 생긴다하더라도 적시타 고갈현상에 의해 주니치의 투수들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최종전인 5차전에서는 모처럼 8개의 안타를 쳐냈지만 7개의 안타를 치며 6득점해 타선의 응집력을 보인 다이에와 비교되면서 4득점에 그쳐 6대4의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4패를 하는 동안 주니치 투수들은 초반에 호투하다가도 타력의 지원이 없어 힘을 잃고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재팬시리즈가 시작하기전 마운드에서 다소 우위를 보인 주니치에 점수를 더 주었는데 이는 최소한 정규시즌때만큼의 타력을 보인다는 전제하에서였다. 하지만 허약했었던 정규시즌의 타력에도 못미치는 졸공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완패를 하고 말았다.

4차전동안 잘 버티던 수비도 5차전에서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팀의 6실점을 수비에러에 의해 헌납하고 말았다. 병살타성 투수땅볼을 노구치가 놓치면서 주자 올세이프, 유격수 후쿠도메도 병살타성 타구를 놓치면서 실점을 하고, 2사만루에서 비록 2루타로 처리는 되었지만 마쓰나카의 타구를 주니치 우익수 이노우에가 놓치면서 추가 3실점한 대목은 주니치의 타력을 생각하면 너무나 치명적인 순간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는 투수력, 타력, 수비력에서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 완전한 삼위일체를 이루며 올시즌도 우승을 차지하였다. 투수로테이션에 사이영상급투수가 4명씩이나 포진하고 있는 90년대의 팀 애틀란트 브레이브스도 결국 허약한 방망이와 4차전에서 내야실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우승할 능력이 있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뉴욕 양키스는 여실히 입증시켜주었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고 단기전은 마운드의 높이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고는 하지만 타선과 수비력의 도움이 없이는 투수력은 빛을 잃고 팀전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11년만에 재팬시리즈에 올라 나고야팬들과 많은 한국팬들의 기대를 불러모았던 주니치 드래곤스는 45년만에 재팬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내년시즌에는 허약한 타선을 보강해야한다는 숙제를 남긴채 올시즌을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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