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웃다 삼연타 맞은 토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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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토지시장은 어느 해보다 유난히 더 싸늘하다.

지난달 전체 국토면적의 2.4%, 전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35%에 해당하는 2408㎢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렸지만 토지시장은 꽁꽁 얼어있다.

투자수요를 끌어들일만한 마땅한 개발재료가 없어 큰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의 87%는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투자 목적이 아니더라도 도시 근교에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실수요 등이 움직일 만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간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강원도나 경기도 양평‧가평 등지의 전원주택용지도 요즘 아예 외면당하고 있다.

토지시장에서 겨울은 비수기다. 현장 탐사가 필수인 시장 특성상 추운 날씨에는 이동하기 쉽지 않아 수요자들이 땅을 보러 움직이지 않아서다.

최근 실수요자들의 쏠쏠한 관심을 받고 있는 전원주택용지의 경우 땅이 얼어 매입을 해도 당장 착공할 수 없어 요즘 같은 한파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강원도 홍천에서 전원주택용지를 분양하는 이모 사장은 “토지시장이 활황일 때는 겨울에도 날이 풀리고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가 조금은 있었지만 요즘은 짧은 시간에 땅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대부분 전원주택을 지을 시점에 매입해 바로 착공한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펜션도 발길 뚝

최근 수도권까지 퍼진 구제역도 토지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파주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큰 호재가 있는 인천,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의 교통호재가 있는 춘천 등지는 투자수요들이 눈여겨보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들 지역까지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수요자들이 아예 걸음을 끊은 것. 토지개발회사를 운영하는 오모 사장은 “요즘 포천만 가도 지나가는 차마다 무조건 구제역 소독약을 뿌려댄다”며 “땅을 보러 가도 불쾌한 마음에 서둘러 집에 돌아가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스키 시즌을 맞은 강원도도 꽁꽁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스키장 인근 펜션도 찾는 사람이 없어 싸늘하다.

강원도 홍천에서 대형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집을 떠나 펜션 등으로 놀러 가면 바비큐 등을 해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구제역으로 고기도 꺼리고 연신 소독약을 뿌려대는 소독차 때문에 왔다가도 일정을 줄이고 일찍 돌아가버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등에 없고 토지 거래가 곧잘 이뤄졌던 인천의 경우 연평도 포격 사건에 치명상을 입었다. 전쟁 발발 위협 지역으로 부각되면서 계약금을 낸 수요자들도 매입을 포기한다.

혹시 또 다른 포격이 일어날 경우 초토화된 땅에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큰 약발이 없지만 어쨌든 서울•수도권 땅을 사고 팔기는 훨씬 쉬워진 만큼 올 하반기께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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