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심형래 영화는 불량품’ 다시 독설 날린 진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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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양성희 기자

두 사람은 영원한 악연인가.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데뷔작 ‘디 워’에 이어, 문화평론가 진중권과 심 감독의 ‘불편한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진씨가 심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불량품’이라고 비판하자, 심 감독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진씨를 집단 공격하고 나섰다. ‘디 워’에 이은, 속칭 ‘심빠’(심 감독 지지자)와 ‘심까’(비판자)의 격돌 양상이다.

 논란은 지난해 12월30일 진씨가 트위터 에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글을 남기며 시작됐다.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의견을 묻는 팔로어에 대한 답글이었다. 진씨의 ‘불량품’ 발언은 인터넷 언론을 탔고, 이에 일부 네티즌이 발끈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불량품 표현을 쓴 것은 지나치다”는 항의성 댓글이 폭주했다. 진씨는 다시 “’디 워’가 불량품인건 당연하고, 개인 생각을 적은 것뿐인데 왜 이 난리들인지 모르겠다. 음식이 맛없는 식당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팔로어들이 집단 인신공격 양상을 보이자 진씨 역시 독설 수위를 높였다. “영화 취향도 허접한 불량식품, 답변 취향도 허접한 불량식품” “남이야 영화를 보고 허접하다고 하든, 끝내준다고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 “다른 감독 팬들은 까든 말든 다 조용한데, 유독 너그들만은 왜 그러시는 거에요”라고 응수했다. “이번 영화에 140억이 지원되는데 그 돈이면 재능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영화 못 찍는 감독들 열 댓 명은 지원할 수 있다”는 진씨의 글에 대해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측은 “원래 수출보험공사의 문화수출보험 상품을 바탕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 영화의 제작비 150억원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사업지원비로 받은 20억원 이외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사태는 심 감독 측이 “트위터에 올린 의견은 진씨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에 굳이 입장을 밝힐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 수그러들 기미다. 진씨 역시 “그냥 팔로어의 질문에 안볼 거라고 한마디 한 것뿐 왜 그걸 가지고 기사가 나간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라스트 갓파더’는 전국 관객 130만 명을 동원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다. 노이즈 마케팅의 덕을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 구분이 모호한 트위터 속 공인(公人) 발언의 한계를 일깨운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4년 전 ‘디 워’ 사태가 소수 평론가가 영화 평가를 주도하는 ‘전문가주의’에 대한 대중의 혐오나 권위상실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면, 이번 경우는 양측이 감정대응으로 일관한 소모전이라는 지적이 많다.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불량식품’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나, 타인의 비판에 무조건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태도 모두, 타인의 문화적 취향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콘텐트보다 ‘싸움’ 자체를 소비하는 사이버문화의 쓸쓸한 풍속도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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