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처럼 짜먹는 요구르트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매사추세츠州 브루클라인에 있는 한 가톨릭계 초등학교의 점심시간. 3학년 학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다. 참치 샌드위치들 사이에 전에 없이 새로운 것이 눈에 띈다. 치약처럼 짜먹을 수 있는 참신한 맛의 요구르트다.

식탁에 둘러앉은 8명의 어린이 중 한 명을 빼고 모두가 요플레의 신제품인 ‘고거트’ 스낵을 이미 맛보았다. 과일 대신 과일 가공식품을 원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서 고거트는 최고 인기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인기의 비결은 여덟 살짜리 대프니 베시로풀루스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후루룩 마시듯 먹는 것이 좋아요.”

주스 박스, 과일 롤업(말이형 가공식품)
에 이어 이제 고거트가 어린이들의 차세대 인기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너럴 밀스社가 지난해 가을 일부 시장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지난 5월 미국 동부지역에 보급됐고 이번주 1천만 달러 규모의 광고공세와 함께 미국 전역에 출시된다.

고거트는 출시 첫해 제한적인 공급에도 불구하고 3천7백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8억 달러 규모의 요구르트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선보이는 1만2천 종의 신제품 중에서 극소수만 살아 남는 경쟁이 치열한 식품 시장에서 고거트는 히트한 드문 제품 중의 하나가 됐다. 제너럴 밀스의 마케팅 담당자 조시 레즈니크에 따르면 고거트 인기의 열쇠는 쉽게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반 요구르트처럼 냉장시켜 먹거나 디저트처럼 냉동시킬 수도 있고 취향에 따라 그 중간 형태도 가능하다.

어린이들은 ‘칠 아웃 체리’, ‘래드 래스프베리’ 등의 맛에 열광한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는 고거트가 포장의 위력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튜브가 인기 포장재가 될 것이다. 푸드 트렌즈誌의 편집인 밥 메신저는 “튜브가 스낵 식품의 새로운 물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이미 튜브형 땅콩 버터를 시험중인 회사도 있다.

부모들도 자녀의 간식용으로 고거트를 애용한다. 캘리포니아州에서 사는 트레이시 맥밀런은 한살배기 딸에게 고거트를 먹인다. 그녀는 “아이는 아이스 케이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몸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위크의 요청에 따라 고거트의 영양성분을 검토한 일부 영양학자들은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녀의 평생 건강을 위한 식단’의 저자 수전 로버츠 박사는 고거트가 일반 요구르트보다 지방이 많은 반면 칼슘은 적다고 지적했다.

보스턴의 영양학자 데버러 처드 박사는 탄수화물이 너무 많으면 어린이들이 병적일 만큼 활동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과일이 혼합된 기존 요구르트가 몸에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너럴 밀스社의 레즈니크는 주로 감자 칩이나 쿠키 등 기존의 아동용 스낵이 경쟁 식품이기 때문에 고거트가 그런 것보다 영양상 훨씬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칠드런즈 병원의 영양사 린다 올슨은 “어린이들에게 요구르트의 맛을 들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평했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그러나 모든 유행이 그렇듯 인기 상품 가운데는 확고한 서열이 있다. 한 방문객이 3학년 학생들에게 고거트가 포케몬 게임보다 더 인기냐고 묻자 아이들의 안색이 변했다. 한 아이가 말도 안 된다는 듯 “포케몬이 최고”라고 외쳤다.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은 아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With Rena Kirsh

Daniel McGinn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http://nwk.joongang.co.kr) 제 401호 199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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