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집중력에서 앞선 이글스

중앙일보

입력

이제 1승만 남았다. 26일 대전에서 벌어진 '99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정민철이 호투한 한화 이글스가 6회말 장종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2대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이글스는 총전적 3승 1패로 잠실에서 벌어질 3번의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아도 대망의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당초 정민철과 주형광의 선발투수가 예고되었을 때 대부분의 야구전문가들은 타격전을 예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민철이 롯데자이언츠에게 성적이 좋지 않았고 1차전에서도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형광 역시 이글스전에서는 난타 당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서 투수전 보다는 활발한 타격전이 되리라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양팀은 이글스가 3개의 안타 2득점, 자이언츠가 6개의 안타에 1득점만을 얻는 투수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글스로서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단 3안타 만으로 2득점을 한 것이 그 예이다. 6회말 최익성이 호투하던 주형광을 끈질지게 물어져 결국 2루타를 뽑아낸 것이 승리의 신호탄이었다. 이어 임수민이 얻어낸 볼넷으로 만든 1,2루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에서 부진의 부진을
거듭하던 데이비스가 2루타를 쳐 동점을 만든 후 장종훈이 로마이어를 볼넷을 내준 손민한에게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결승점을 올렸다

이글스의 선발 정민철은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이 낮게 제구가 되면서부터 자신을 가지기 시작하여 7과 2/3이닝 동안 6안타 5탈삼진 1실점만 허용하여 승리투수가 되었다.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제대로 먹히고 상대방 타자들을 교묘히 피해가며 허를 찌르는 등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정상급 투수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가지 옥의 티라면 5회 2사 3루에서 공필성에게 2스트라익 1볼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좌전적시타를 허용한 부분. 아무리 정규시즌 중 타격이 약했던 공필성이었지만 최근 타격감이 좋았고 또한 노장임을 감안한다면 절대 어설픈 직구를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정민철은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둬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완전히 깨버려 정상급 투수라는 이름값을 하였고 만약 이글스가 우승을 한다면 구대성과 함께 MVP 후보 1순위가 되었다.

한편 이글스의 노장 이상군은 8회초 정민철을 이어 등판 마해영과 타격감이 좋은 임재철을 범타로 처리하여 구대성의 등판을 최대한 늦추게 하는 등 노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내었다.

구대성은 전날의 패배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박현승을 3구 삼진으로 잡는 대범함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타자 임수혁을 3루 파울플라이아웃을 시켜 강철 어깨임을 확인 시켰다.

자이언츠의 선발 주형광은 4회말 1아웃까지 단 한 명의 타자에게 진루를 허용하지 않는 등 완벽한 피칭을 보여줘 팀을 2연승으로 이끄는 듯 했으나 6회말 한 순간의 실투와 집중력 부족으로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최익성과의 대결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 쉽게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주심 임채섭씨가 최익성의 파울 타구에 가벼운 부상을 당하여 치료를 받으러 잠시 경기가 중단이 된 것이 주형광으로서는 피칭 리듬을 흐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최익성에게 2루타에 맞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으나 리듬이 깨어진 상태에서 임수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여 흔들리기 시작, 결국 데이비스에게 좌월 2루타를 내 줘 동점을 허용하고 손민한에게 마운드를 물려 주고 내려왔다.

한편 자이언츠의 신인 임재철은 4회초 정민철과 12구 째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볼넷을 얻는 끈질긴 근성과 1아웃 2루 상황에서
강성우의 좌익플라이 때 3루로 리터치 하는 과감하고도 신속한 판단을 보여주는 등 특급 신인로서의 자리매김을 하였다. 그러나 6회 장종훈의 플라이를 약한 어깨로 인해 타점으로 연결시켜 준 홈으로의 송구가 아쉬웠다. 약한 어깨와 부정확한 송구는 시즌이 끝나고 임재철이 풀어야할 당면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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