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국제송사에 휘말릴 듯

중앙일보

입력

기아자동차가 5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부품수출계약을 추진하다가 실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제적인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인 AGI는 기아차가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5억2천만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차) 부품조립공장 건설사업'을 지연시킴에 따라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재판소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AGI는 기아차로 합병된 아시아자동차와 지난 95년부터 협상을 시작해 지난해 기본업무약정서와 두차례의 양해각서까지 교환했으나 지난해말 기아차가 현대로 넘어간 이후 기아측이 뚜렷한 이유없이 협상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AGI는 양측이 서명한 기본업무약정서와 양해각서에 따라 국제금융공사(IFC)와 자금조달협상을 벌이는 등 이미 사업추진을 위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기아차가 납득할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채 부품 수출계약에 성의를 보이지 않아 명예실추는 물론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AGI는 협상과정에서 부품수입대금 출처와 판매계획의 공개 등 국제관례에 어긋난 무례한 요구까지 수용, 자금공급처인 IFC의 관련서류까지 공개하는 등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으나 기아차는 오히려 자신들을 신뢰성이 없는 집단으로 몰아세우기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AGI측 변호사인 베르니스씨는 "기아차가 보여준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기아차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AGI와 부품 수출협상을 벌여 기본업무약정서와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은 사실이지만 AGI라는 회사를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협상을 중단한 것이며 내부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어려운 경제상황때문에 AGI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AGI가 각종 증빙서류 제출요구에 응하지 않아 지난해 협상종료를 통지한 뒤 올해초부터는 아예 접촉도 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실질적인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손해배상책임도 없다고 주장했다.

AGI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두고 우크라이나 공장 및 싱가포르에 총괄 무역본부를 두고 있는 다국적회사로 기아차를 부품공급원으로 우크라이나 브로베리시에자동차 조립공장과 부품생산기반 구축사업을 진행해왔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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