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아광’김정일 특별지시 … 북한은 지금 철갑상어 양식 속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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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상어 관련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11월 23일자 4면(왼쪽)과 12월 21일자 3면.


북한에 철갑상어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21일자 노동신문에 ‘철갑상어는 바다로, 조선은 세계로’라는 글이 크게 실리는 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평양의 냉면 전문점 옥류관에는 철갑상어 전문요리점이 등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과 함께 지난달 황해남도 용연군의 용정양어장을 찾아 “철갑상어 양식을 전 군중적으로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일은 지난해 6월 “우리의 위성은 하늘을 날고 우리의 철갑상어는 바다로 간다”는 말을 남겼다는 게 노동신문 보도다. 철갑상어 양식 성공을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에 견줄 정도로 의미를 부각한 셈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철갑상어 양식 문제를 들고나오자 대북 제재와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여 만든 최고급 요리인 캐비아를 김정일이 즐긴다는 점에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에 캐비아를 포함시켰다. 한 당국자는 “최고급 캐비아를 만들려면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캐비아 생산을 위해 철갑상어를 기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소식통은 서울의 한 유력 대북 경협 사업자가 김정일에게 철갑상어 양식을 권유했다고 귀띔했다. 북한 보도 매체들은 철갑상어 양식이 “인민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물고기를 더 많이 먹이라”는 김정일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전한다. 노동신문은 양어장을 돌아본 외국인이 “조만간에 조선은 철갑상어 생산국으로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김정일은 2000년 이집트산 열대메기를 보급하기 위해 200개 양어장을 만들게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텅 빈 양어장은 미나리꽝으로 바뀌었다. 2002년에는 평양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타조를 보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최근에는 자라와 왕개구리 등을 길러 주민들에게 제공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주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보다는 김정일이 민생을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제스처”라고 진단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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