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지성과 오랜 논의 끝에 대표팀 은퇴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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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2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의 축구대표팀 은퇴가 불가피한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A매치 출전을 위해 장거리 비행을 자주 할 경우 두 차례 수술받은 오른 무릎의 내구 연한이 5년에서 2년으로 줄 수 있다는 구단 의무팀의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달 영국에서 심각하게 논의한 끝에 ‘아시안컵 이후 은퇴’를 결심했고, 자신이 아들을 대신해 대표팀 감독을 만나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박 씨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재차 박지성 무릎 상태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구단에서 기간을 못 박아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사례를 들어가며 5년의 선수 생활이 2~3년으로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맞다”며 “몸 상태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일정이 빠듯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무리가 오고, 장시간 비행으로 무릎에 물이 차는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성 본인이 대표팀과 소속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는 걸 절감하고 있고, 이제는 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8일 대표팀이 캠프를 차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박지성은 ‘시한부 판정’에 대해 질문하자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무릎 상태는 현재 좋다. 선수 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며 에둘러 부인했다. 박지성으로서는 부친의 입을 통해 자신의 은퇴와 관련된 파장이 확산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아시안컵이 끝날 때까지는 덮어두고 싶어 하는 눈치다.

 이에 대해 박씨는 “지성이는 ‘시한부’라는 말의 어감이 싫었던 것이지, 장시간 비행이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맨유 구단은 박지성의 무릎 상태를 꾸준히 대표팀에 전달해 왔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홍보부장은 “지난해 11월 덴마크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박지성을 따라 맨유 의무팀의 토니 스트루드위크가 대표팀을 찾아온 적이 있다”며 “그때 스트루드위크도 박지성 무릎의 내구 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다”고 전했다.

 은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박지성은 아시안컵이 끝난 후에야 속내를 털어놓을 생각이다.

박씨는 “아시안컵 기간에 축구협회와 상의하며 마음이 바뀔 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성이는 A매치 94경기를 뛰었다. 아시안컵에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대표 생활을 끝맺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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