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인간한계 기록은 1시간57분

중앙일보

입력

할리드 하누치(27.모로코)가 25일(한국시간) 시카고마라톤에서 2시간5분42초란 경이적인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인간한계'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스포츠생리학자들은 2시간 벽은 반드시 무너지되 1시간55분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문 권위자인 존 크릴(켄터키주립대) 교수가 설정한 한계기록은 1시간57분.

42.195㎞를 100m에 16.63초로 달리는 것인데 이날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하누치의 100m 환산기록이 17.87초인 점을 감안할 때 가히 신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한국기록(2시간7분44초) 보유자 이봉주의 경우 100m를 평균 18.16초에 끊었다.

한국스포츠과학연구원의 이종각 수석연구원은 "임상실험이 불가능한 관계로 인간한계를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심장과 폐기능의 최대치를 따져도 2시간 벽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선수가 본인 100m 최고기록의 75%를 42.195㎞내내 달린다면 2시간 벽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 마라토너의 100m 최고기록을 13초로 잡을 때 시종 17.3초으로 달려야한다는 계산.

이종각 연구원은 "근육속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30㎞지점에서 고갈된다"면서 "탄수화물을 어떻게 비축해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기록이 달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봉주, 황영조의 경우 100m 최고기록의 82%∼83%로 달리고도 막판 체력난조로 기록이 떨어지곤 했다"고 지적하고 "한국마라톤도 보다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세계 무대로 다가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기록이 유독 베를린, 로테르담, 시카고 등 이른바 3대 `기록대회'에서 양산되고 있는 현실.

톱랭커 10걸중 무려 9명이 이들 대회에서 기록을 세워 기록자체에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하누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레이스 종반때 강풍의 도움까지 받아 최대 1분 가량 플러스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기록 논란을 떠나 하누치의 2시간5분대 돌파는 위기에 놓인 한국마라톤에 자극을 주고 있다. 한국은 이봉주에 올해 4월 로테르담에서 김이용이 2시간7분49초의 기록을 세운 뒤 코오롱사태 등으로 기록행진을 멈춘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지난달 베를린마라톤에서 이누부시 다카유키가 2시간6분57초로 7분 벽을 깨트리는 등 여자에 이어 남자 또한 중흥기에 들어섰다.

한국마라톤이 하루빨리 답보상태에서 벗어나 과학적 노력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라톤세계기록 변천사>
▶69.5.30 데렉 클레이튼(오스트리아) 2시간8분34초
▶81.12.6 로버트 드 카스텔라(오스트리아) 2시간8분18초
▶84.10.21 스티브 존스(독일) 2시간8분5초
▶85.4.20 카를로스 로페스(포르투갈) 2시간7분12초
▶88.4.17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 2시간6분50초
▶98.9.20 호나우도 다 코스타(브라질) 2시간6분5초
▶99.10.24 할리드 하누치(모로코) 2시간5분42초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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