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허위글’ 처벌 못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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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진실의 시장에서 걸러내게 하라.’ 헌법재판소가 던진 메시지다.

 28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 재판장인 이강국 소장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2008년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됐다”고 허위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32)씨가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소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위반하면 형벌에 처할 수 있게 한 법 조항은 명확해야 하는데 47조1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의 의미는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서 사람마다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법률 전문가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허위 개념 역시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공현 재판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허위 사실의 표현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합헌”이라며 소수의견을 냈다. ▶공익과 허위 통신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인터넷 등의 강한 파급력과 장시간의 허위 논쟁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는 강한 파급력이 있고 장시간의 논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수 있어 보다 엄격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박씨는 위헌 결정에 대해 “연평도 유언비어의 경우 말이 안 되는 걸 모두가 안다. 다만 그런 허위 사실은 여론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도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헌재 결정 직후 이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공소를 취소하기로 했다. 유죄가 확정된 경우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전쟁·테러 등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를 처벌할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구희령·최선욱 기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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