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시댁-처가살이’ 늘어난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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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거주하는 김영주(32.가명)씨는 최근 처가와 살림을 합쳤다.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집 신세는 안 진다’는 말은 김씨에겐 흘러간 옛 노래에 불과하다. 김씨는 “내가 먼저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했다. 장인 장모도 손자 재롱 보느라 즐거워 하신다”고 말했다.

어바인의 최익성(35.가명)씨 부부는 1년 전부터 매형 집에서 살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비즈니스를 정리한 뒤 생활이 쪼들리는 최씨를 보다 못한 누나의 권유로 동거가 시작됐다. 최씨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비즈니스를 하는 대신 취직을 결심했는데 나이 들어 마땅한 자리가 없다 보니 벌써 1년 넘게 매형 신세를 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 이후 늘어난 대가족 형태가 시집 처가 식구와의 동거로도 확산되고 있다. 초기의 대가족 형태가 독립했던 자식이 부모와 살림을 합치는 형태였다면 최근엔 과거 보기 힘들었던 처가 시집 식구와의 동거도 흔해지고 있는 것.

특히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나 실직 비즈니스 부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 사이에선 가족이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팍팍한 이민생활에 지친 일부 한인 사이에선 시집 처가 식구와의 동거가 정서적인 위안까지 제공하고 있다. 최씨는 “생활비조로 한 달에 200달러씩 누나한테 주는 데 매형도 ‘남는 방 세 준 셈 치면 되고 술친구 골프친구가 생겨 좋다’며 편하게 대해 준다”며 “매형이 내후년쯤 아이를 낳을 때까지 함께 살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가족 증가 현상은 가구당 구성원 수를 늘리고 신규 독립가구 수를 감소시킨다. 이는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 한 가구당 구성원 수는 2.59명으로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 해 전국에선 새롭게 형성된 가구 수가 35만7000가구에 그쳐 194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LA중앙일보=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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