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 농산물 지키기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수확한 벼 60여 가마를 동네 공원서 말리고 있는 농민 최낙섭(57·전주시 우아동)
씨는 요즘 텐트를 치고 생활한다. 밤손님(?)
이 벼가마를 몰래 들고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崔씨는"벼를 도둑맞으면 일년내내 땀 흘려 지은 농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밤샘을 할 수밖에 없다"며 "텐트 속에서 대학생인 아들과 교대로 잠을 자면서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철을 맞아 농민들이 농산물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최근에는 차량을 동원한 전문털이범까지 가세하면서 농민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로 이에 맞서고 있다.

마을 주민들끼리 벌이는 자율방법활동은 이미 고전이 되었고,최근에는 텐트나 차량서 밤새 경계를 서는 광경이 눈에 많이 띠고 있다.이들의 필수 무기는 휴대폰으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즉각 집이나 이웃,마을 이장에 연락한다.

또 농촌지역에서는 요즈음 낯선 차가 눈에 띠면 무조건 번호를 적도록 하고 있다.혹시 있을지 모를 절도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일부 마을에서는 음악을 비상 신호로 활용하기도 한다.전북 완주군 봉동읍 재내리 제촌마을에서는 도난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동네 확성기로 뽕작 메들리를 틀고 동네 사람들은 이를 듣는 즉시 마을회관이나 차량이 다니는 길목으로 나가 검문검색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전주=장대석 기자<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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