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격경영의 퇴장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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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그룹이 15일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이수건설 사장의 교체다.

6년간 이수건설號를 지휘했던 박창호 사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주)이수 사장으로 옮기고, 이수화학 윤신박 사장이 후임에 임명됐다.

이를 놓고 건설업계는 이수건설이 공격 경영에서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이수건설 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 관리 전문가인 윤사장이 임명된 것과 관리본부장의 직급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격상된 것도 이를 시사하는 일면이다.

전 박창호 사장은 외형(매출)과 회사 인지도 면에서 이수건설을 한단계 도약시킨 장본인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그를 공격 경영의 대명사처럼 불렸다.

실제로 박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1997년 매출이 1300억원에 불과하던 이수건설은 지난해 5200억원, 올해는 6200억원(목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6년 만에 매출이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 2002년 10월 자사가 짓는 아파트에 이수브라운스톤이란 브랜드를 도입해 중견 건설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공격경영에서 안정적 관리체제로의 전환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공격 경영 과정에서 불거졌다.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수주를 감행했고, 단순 도급이 아닌 수주공사에 주력함으로써 매출에 비해 회사의 내실은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이수건설은 현재 서울·경기지역 20곳을 비롯해 전국 24곳에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수주해 놓은 상태다. 웬만한 대형 건설사보다 많은 수주 물량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초기 자금이 많이 들고, 사업 완료기간이 길어 자금이 오래 묶이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도 신중히 접근하는 분야다. 특히 요즘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자칫 하면 회사의 명운을 결정 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공격 경영이 호황기에는 이수건설의 성장을 일군 주된 요인이었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오히려 ‘짐’으로 돌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이수건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사업장의 무리한 수주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10·29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자 미분양 사업장이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금융권에 ‘자금 악화설’이 나돌았다. 물론 이 소문에 대해 이수건설은 즉각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업계 수면 아래를 맴돌았다.

급기야 공격적인 수주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것이 사장단 교체의 단초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D건설 관계자는 “공격 경영에서 관리체제로의 전환은 단순히 이수건설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주택시장 침체기를 맞아 다른 업체들도 공격적 수주보다는 그동안 수주한 물량이나 잘 챙기자는 관리체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무리한 수주는 문제가 있지만 오늘의 이수건설을 만든 전 박사장의 공격 경영이 주택시장 침체에 가려 평가절하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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