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인구 늘자 공화당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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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지형도가 바뀌게 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현지시간) 미 인구조사국(CB)이 발표한 인구 집계 결과를 전하며 이렇게 평했다. CB는 이날 미국 인구가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3억874만5538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년 전에 비해 서남부 주의 인구는 크게 늘어난 반면, 동북부 주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각 주의 하원 의석 수와 대통령 선거인단 수는 인구 분포에 의해 재조정되도록 돼 있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남부는 공화당의 텃밭, 동북부는 민주당의 아성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이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향후 총선·대선에서 크게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텍사스주 +4석, 뉴욕주 -2석=미 의회는 주별로 2석(총 100석)씩을 배정받는 상원과 달리, 하원에선 각 주가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총 435석)을 나눠 갖는다. 캘리포니아주가 53석이나 되는 반면, 와이오밍 등 7개 주가 1석뿐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인구조사 결과를 반영하게 되면 18개 주의 의석이 조금씩 달라진다. 텍사스·플로리다주는 각 4석과 2석, 그 외 애리조나·조지아 등 6개 주는 1석씩 의석이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뉴욕·오하이오주는 각 2석, 일리노이·아이오와 등 8개 주는 1석씩 준다. 하원 의석이 늘면 그만큼 해당 주의 대통령 선거인단 숫자도 늘어난다. 이번에 의석이 늘어난 8개 주 가운데 텍사스 등 5곳은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패했던 곳이다. 반면 의석이 준 10개 주 중 뉴욕 등 8개 주는 오바마가 이겼던 곳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반영할 경우, 오바마가 2012년 재선에 도전해 각 주에서 2008년 선거 때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해도, 선거인 숫자가 6명이나 줄게 든다. 민주당 측은 애써 담담한 반응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인구조사 결과는 단순히 인구 변화를 보여줄 뿐”이라며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과 관련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기 침체로 인구 줄기도=이번 조사 결과 미국의 지난 10년간 인구 증가율은 9.7%로 집계됐다. 이는 대공황 이래 최저치다. CB는 그 원인으로 출산율 저하, 이민규제 등을 꼽았다. 그 원인은 경기 침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든(-0.6%) 미시간주의 경우 미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의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다른 주로 이주,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해석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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