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10년 내 세계 톱10 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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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짐 오닐 골드먼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월가의 ‘조어(造語) 메이커’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영문 앞글자를 딴 브릭스(BRICs)란 용어를 2001년 처음 데뷔시킨 것도 그다. 2년 뒤 ‘브릭스와 꿈꾸다’란 리포트에서는 이들 나라가 2050년 주요 7개국(G7)을 넘어 새로운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브릭스의 대표격인 중국 경제가 수년 내 독일을 따라잡고, 2015년에는 일본도 제칠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실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올해 일본을 제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가 2005년 후속으로 내놓은 게 ‘넥스트11개국(N11)’이다. 브릭스의 뒤를 이어 성장가도를 달릴 11개의 신흥국가를 일컫는 말이었다. 18일(현지시간) 그는 내년 투자포인트를 담은 보고서에서 그중 네 나라를 다시 추렸다.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이른바 ‘믹트’(MIKT)다. 그러면서 브릭스 4개국에다 믹트 4개국을 더해 이를 ‘성장경제’(Growth economies)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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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 보고서에서 “내년은 진정한 현대적 ‘성장국가’와 아직 부상 중인 신흥국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경제’가 여타 신흥시장과 구분되는 것은 경제의 규모와 질이 일정 수준에 달해 자체 동력에 따라 굴러갈 수 있다는 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일반 신흥시장국은 아직 선진국과 ‘성장국가’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다른 시장의 경기 흐름과 정책에 따라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약 2억4000만 명)인 인도네시아다. 석탄·천연가스·니켈 등 천연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천연고무·팜오일 등의 세계 주요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동시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해 안정성도 갖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4.5% 성장을 기록하고, 올해도 6% 성장을 바라보는 동력도 여기에 있다.

 터키도 최근 떠오르는 신흥경제국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낮은 금리에 내수도 확대되면서 올 경제성장률이 8%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근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재정 위기에서도 ‘무풍지대’다. 높은 성장세에 세수도 크게 늘면서 올해 터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2.3%로 낮아지고 재정적자 비율도 내년에 3% 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얼마 전 뉴욕 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이 그간 터키가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지만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유럽이 터키에 EU에 가입해 달라고 매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멕시코 경제도 올들어 빠르게 살아나는 조짐이다. 미국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수출이 회복세를 타고 내수 시장도 활성화되면서 올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오닐의 평가도 후하다. 11월 방한 당시 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한국의 GDP가 세계 10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먼삭스가 성장의 기반과 지속 가능성 등을 따진 ‘성장환경 지수’(GES)에서도 8개국 중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 15일 발표한 올해 GES에 따르면 한국은 7.5점(10점 만점)으로 180여 개국 중 17위를 기록했다. 이어 브라질(5.5) ▶중국(5.4) ▶멕시코(5.2) ▶터키(5.1) 등의 순이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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