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 붕괴 위기..육상계 단합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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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라톤의 산실이자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인 코오롱(감독 정봉수)이 끝내 선수와 코치를 집단 방출, `빈껍떼기'로 전락함으로써 90년대 중흥기를 누려온 국내마라톤이 전면 붕괴될 위기를 맞았다.

끝내 파국을 맞은 코오롱 사태는 시드니올림픽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육상계는 물론 체육계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더구나 코오롱의 이번 결정이 선수 입장과 나아가 국익을 도외시하고 조직질서등 사사로운 회사 이익만 쫓은 끝에 나와 기업문화까지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무엇보다 코오롱의 `와해'는 내년 올림픽에서 3회연속 메달을 노리는 한국마라톤의 꿈을 사실상 무산시킨 것이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전망이다.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각종 국내,외대회를 선발전 삼아 뛰어야하는 이봉주, 권은주 등 대표선수들은 당장 부상치료는 물론 동계훈련도 제대로 못하게 돼 올림픽출전조차 힘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충분히 예견했을 코오롱의 처사는 무책임하고 극단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육상계는 코오롱이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내부반대를 무릅쓰고 팀체제 정비를 강행한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프런트와 코치들간 갈등을 푸는 노력을 기울이기는 커녕 집떠난 어린 선수들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코치들의 배후설을 제기하는 등 강경 일변도로 맞선 그룹고위층의 위기대처 자세도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임상규, 오인환 두 코치나 선수들도 책임이 적지않다. 육상계 선배인 정하준 부장과 잦은 마찰을 빚어온 코치들은 회사의 최종 결정이내려지기 전에 지레 해고될 것으로 보고 숙소를 빠져나오는 바람에 선수들의 집단이탈을 사실상 방조한 셈이 됐다.

이봉주를 비롯한 선수들 역시 공인의식이 결여된 나머지 툭하면 이탈과 복귀를 반복한 점에서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책임 공방을 떠나 육상계와 정부는 코오롱이 선수와 코치, 프런트 모두가 사는`결단'을 내려 올림픽에 대비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손기정, 함기용씨 등 마라톤 원로들은 곧 코오롱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통한 팀재건을 간곡히 권유할 예정이며 대한육상경기연맹도 사직선수 전원을 연맹 차원에서 특별 관리하는 등 최대한의 도움을 줄 계획이다.

육상인들은 한국마라톤 도약이란 대명제아래 코오롱 사태에 관련된 모두가 하루빨리 불신의 벽을 부수고 화해의 손을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육상인들은 국내체육을 관장하는 문화관광부도 마라톤의 중요성을 감안, 대책을 강구해 줄것을 촉구하고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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