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전경련회장 후임 확실시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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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퇴한 김우중 대우 회장의 후임자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확실시된다.

정 회장은 20일 일본 도쿄모터쇼 개막일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로부터 전경련 회장직 제의가 오면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에 "수락하겠다"고 말했다.

◇ 마음굳힌 정회장 = 지난 16일 인도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제의가 오면 검토해보겠다"던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정회장은 이날 모터쇼장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자신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수락하겠다"는 표현을 써 전경련회장직을 수행하겠다는 마음을 굳혔음을 드러냈다.

이날 정회장을 수행한 측근 인사들은 정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정회장은 부친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사전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강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은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 대안없는 재계 = 전경련의 대주주인 5대그룹중 정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는데 대해 반대의사를 표하는 곳은 없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아자동차, LG반도체, 한화에너지 등을 잇따라 인수한데다 대북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대가 전경련 회장사까지 맡는 것은 `현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으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경쟁사들은 현대의 위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아진다는 점에서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사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수는 없는 상황을고려, `딴지'를 걸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정회장의 도쿄모터쇼 발언도 이같은 재계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보인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내주부터 전경련 회장단, 고문단을 만나 벌이게 될 여론 수렴과정은 이에따라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정회장 체제 전망 = 정부가 `정몽구 유력설'이 나온 이후 한번도 거부감을 표한 적이 없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내달 4일 전경련 임시총회에서 그가 회장으로 피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 회장의 전경련 회장 피선은 당장 재계와 정부간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정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더라도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의지가 살아있는 만큼 현재의 정부-재계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힘있는 회장이 들어섰다고 해서 재벌개혁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현대로서는 전경련 회장사로서 계열사매각,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등 구조조정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2세시대 맞는 재계 = 재계 전체로서는 정몽구 전경련 회장 체제는 본격적인 2세 경영인 시대의 돌입을 의미한다. 1.5세대인 최종현 SK 회장이 타계한데다 창업세대 중 연소자로 분류되는 김우중 대우 회장이 대우사태 이후 퇴임을 예고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여전히 경영활동을 하고 있으나 재계의 2세시대 개막에 이론을 제기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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