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애기봉 등탑, 충돌 일으킬 위험한 망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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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우리 군의 20일 사격훈련을 앞두고 122㎜ 방사포를 전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군이 지난 18일부터 해안포 포문을 열고 방사포 일부를 전진 배치했다”며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때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군은 이날 잔뜩 긴장했다. 연평도 공격 당시 북한 방사포의 발사에 따른 피해가 컸던 데다 방사포가 이동하기 전에 반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은 K-9자주포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어 한 발에 축구장 2배 크기를 초토화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포(MLRS)를 대비시켰다.

 북한군은 또 최근 방사포와 유사한 모의 방사포를 일부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고 한다. 가짜 포를 전진 배치시킨 뒤 실제 포 사격은 다른 곳에서 실시해 우리 군의 조준 타격을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때 우리 K-9자주포 대응포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아 이런 전술을 구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날 10개소 미만의 해안포만 포문을 개방했다고 한다. 이는 평상시보다는 많지만 지난달 23일보다는 적은 수다. 북한군은 지난달 연평도 공격에 앞서 개머리 해안포 진지 일대에 사정 20㎞의 122㎜ 방사포 4개 포대를 전진 배치했으며, 개머리 및 무도 진지에 있는 해안포 가운데 14개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 군은 우리 군 서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애기봉 등탑 점등 움직임에 대한 정찰도 강화했다. 애기봉 등탑 점등은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주도로 이뤄진다. 북한은 애기봉 등탑 점등이 주민에 대한 악영향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이 애기봉을 표적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대형 전광판에 의한 심리 모략전이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괴뢰 군부가 전선 서부의 최전연지대에서 ‘대북심리전’을 위한 등탑 켜기 놀음을 벌인 것은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의한 반공화국 심리 모략전의 개시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북남 사이에 첨예한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속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 소동도 무력충돌과 전면전쟁의 발화점으로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특수전을 수행하는 경보병 4개 사단을 증설해 배치했으며 이들을 경기·강원 동북부 산악 지대로 투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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