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았던 개성공단 방북 제한적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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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 사격훈련이 진행된 20일 서부전선 육군 1사단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서 도로차단용 시설물들을 점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파주=김태성 기자]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정부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우리 군의 포 사격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2차, 3차의 대응타격’을 공언하고 있는 긴장 상황에서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신변 안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현실화할 경우 공단을 더 이상 정상 가동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란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정부가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120여 개 진출 기업에 근무하는 남측 체류 인원의 신변 안전 확보다. 통일부는 일단 포 사격 훈련이 이뤄진 20일 남측 관계자의 개성공단 방북을 승인하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체류 인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서다. 개성공단에는 이날 614명이 들어가고 421명이 귀환할 예정이었지만 방북은 한 명도 이뤄지지 못했고 88명만 남측으로 귀환했다. 당초 평소 때 50% 수준의 인원을 들여보내려다 전면 제한한 것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일 밤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개성공단 209명, 금강산 14명 등 총 223명이다. 통일부는 21일에는 개성공단 방북을 제한된 수준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21일 개성공단으로 466명이 올라가고, 438명이 남측으로 귀환할 예정”이라며 “방북 인원은 현지 체류 인원과의 임무교대, 원부자재·완제품 반·출입, 가스·유류·식자재 운송 등을 위한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방북 제한이 장기화하면 가동률 저하 등 우리 기업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점도 고려된 듯하다.

  현재로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근로자를 대규모 억류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를 136일간 억류하다 지난해 8월 석방한 사례 등에 비춰볼 때 개별 근로자를 볼모로 대남 화풀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위협적 손길은 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숫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3월 4만2397명이던 북측 근로자는 연평도 포격 이후 700여 명이 늘어 처음으로 4만5000명을 넘어섰다는 게 공단 남측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당국자는 “가족까지 감안하면 1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생계가 달린 데다 북한의 외화벌이 돈줄이란 점에서 쉽게 제재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이영종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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