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 돌풍? 태풍이네 태풍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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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대반전이 눈부시다. 도로공사는 2008~2009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다. 지난 시즌에는 고작 4승(24패)에 그쳤다. ‘만년 하위’였던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개막 3연승으로 1위에 올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로공사는 흥국생명과 지난 시즌 우승팀 한국인삼공사, 준우승팀 현대건설을 완파했다.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 될 조짐이다.

 지난 4월 부임한 어창선 신임 감독은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떨치는 데 주력했다. 어 감독은 “공격이든 수비든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했다”면서 “블로킹을 무서워하지 말고 강하게 때리고, 연타보다는 강공을 하라”고 주문했다. 공격의 시작인 서브부터 아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강하게 때릴 것을 요구했다. 어 감독은 “비시즌 동안 연습경기를 통해 일단 이기는 경기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도로공사는 지난 9월 코보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어 감독은 “선수들이 배구가 재미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센터 이보람은 팀이 확 바뀐 이유를 묻자 “생각부터가 달라졌다. 서로 격려하고 내가 못해도 남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며 웃었다.

 어 감독은 선수들의 포지션을 바꿔 팀을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좌우를 오가던 황민경에게 레프트 임무를 맡겼고, 라이트 하준임을 센터로 고정시켰다. 하준임은 프로배구 첫 왼손잡이 여자 센터다. 그는 “왼손잡이라 불편한 점은 없다. 오히려 오른손잡이 센터에 비해 공격 폭이 넓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공격력이 좋은 하준임으로 센터 벽을 높이자 황민경의 공격력도 살아났다. 더불어 어 감독은 주전 선수들에게 평균 10㎏ 가까이 몸무게 감량을 지시했다. 선수들의 순발력이 한층 좋아졌다.

 박미희 KBS N 해설위원은 도로공사에 대해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잘 되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지하지 않고 각자 자기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는 등 조직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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