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젠 전국정당으로 지역구도 허물 때 - 권정달의원

중앙일보

입력

권정달(안동을)
의원은 지난해 8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97년 대선 후 TK 출신 현역 의원으로서는 첫 국민회의 입당이었다. 이후 권의원은 당 부총재와 경북도지부장을 맡아 ‘영입파의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권의원의 표정은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 국민회의에 대한 지역구의 여론이 기대했던 것보다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자신의 지역에서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이 패배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
지난 9월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권의원은 “솔직히 말해서 힘들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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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에 입당하지 않았더라면 지역구 분위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요.

“지역 발전을 도모하려면 야당 의원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입당한 것입니다. 입당을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지역민들의 지지가 당초 기대보다 낮은 것은 저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늦어서 그렇지, 집권당에 대한 여론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의원께서 여당에 입당하신 후에도 안동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점으로 격하되기로 돼 있던 한국전력 안동지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조달청 출장소나 담배인삼공사도 ‘조직축소가 능사가 아니다’라고 관련 부처를 설득해 그대로 남아 있도록 했습니다. 이들 기관은 인력고용 등에서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북 도청 안동 이전 문제도 전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집권여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지가 낮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 정책에는 그다지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정책적인 문제보다 옷로비 의혹이나 파업유도 의혹 등이 여론을 악화시킨 직접적인 요인입니다. ”

─국민회의에 대한 원천적인 거부감은 어떻습니까.

“유감스럽게도 김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당에 대한 거부감 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 행해진 정치적 세뇌의 결과물이 아직 탈색이 덜 된 상태라고 할까요. 내년 총선에서도 그러한 정서에 근거한 지역분할 구도가 나타난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지역감정이라는 망국병은 정말 회복하기 힘든 고질병으로 굳어질 것입니다. 모두가 노력해 치유해 나가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 사이에서는 그러한 정서가 비교적 옅고, 지역화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조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구도를 허물고 내년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으려면 신당에 참신한 지역 인사들을 많이 영입해야 할 것 같은데요.

“국민회의 신당의 전국정당화가 가능하려면 지역별로 이미지도 좋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당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물 영입에 적잖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당 창당에 대한 지역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지역정서를 거론하면서 ‘새로 만들어도 그게 그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권의 변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분명 있고, 전국정당화가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당해 간 ‘영입파 의원들’ 가운데는 신당 창당 과정에서의 입지 약화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까.

“여소야대 구도를 허물어 공동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영입파 의원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배려를 해줘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 차원에서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당의 기존 조직이 매끄럽게 교통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현역 의원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우려나 불만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한 걱정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가 탈당 가능성으로 잘못 비친 것입니다. 영입파 의원들 가운데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국민회의가 추진하는 신당이 지역구도 타파에 힘을 얻으려면 총선 이전에 공동여당이 합당하는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영남권의 입장에서 보면 합당된 단일 공동여당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합당하고 나면 영입작업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지역의 분위기도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합당은 충청권 의원들은 물론 자민련 지도부까지 반대하지 않습니까. 국민회의도 이미 신당 창당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총선 이전에 양당의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총선 후 여권과 다시 연대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합니다만, TK 출신 여권 의원들끼리 신당을 만들거나 개별 탈당 후 무소속 연대로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공동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를 극복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한번쯤 그런 생각은 해볼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람을 영입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개별 무소속은 몰라도 무소속간의 연대는 실질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더구나 정략적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지 않겠습니까. 별도 신당 창당이나 무소속 연대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봐야 합니다.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명실상부하게 전국정당화의 모습을 갖춘 신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김중권 비서실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회동을 해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 바 있는데 두 분 다 TK 출신 아닙니까.

“현직 청와대비서실장이 전직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정치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임은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리였지,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내밀한 정치적 교감이나 TK의 장래를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구는 어떻게 조정돼야 하는 겁니까.

“선거구당 3명의 당선자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후보간의 극한대결을 유도하고 지역구도 고착화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현행 선거구 4~5개 정도를 한 선거구로 만들면 사생결단식 선거문화도 개선되고 금품선거의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박종주 월간중앙 기자
월간중앙(http://win.joongang.co.kr) 제 287호 199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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