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에 막힌 서울시 예산 … 사상 첫 법정시한 넘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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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 내년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인 16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의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예산안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입장 차 때문에 상임위원회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예산안은 상임위와 실·국의 조율을 마친 뒤 예결위에서 한 차례 더 조정을 거치고 나서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거리 홍보전을 준비했다. 시의회 김명수(구로4·민주당) 운영위원장은 “정책이 결정돼야 이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데 오세훈 시장이 정책 결정을 위한 논의를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하루가 급한 예산안 심의는 못 하고 의원들이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다수당이 예산 심의·의결권을 남용해 서울시를 압박하는 것은 시민 삶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지만 쟁점인 무상급식은 교육감의 권한을 시장에게 강요하는 위법적인 조례여서 양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더라도 다음 회계연도 시작 전인 12월 31일까지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사업에 지장이 없다. 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 연내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승록(노원3) 민주당 대변인은 “시장이 시정질문에 출석할 때까지 예산안 심의를 하지 말자는 의견과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필요한 예산을 증액해 연내에 통과시키자는 두 가지 안을 놓고 의원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이 올해 안에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서울시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31조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는 준예산 항목을 정해 놓았다.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운영 ▶법령상 또는 조례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계속 사업 등이다.

 이에 따라 법령·조례가 정해 놓은 공무원·시의원의 인건비, 법정 의무경비만 쓸 수 있을 뿐 신규사업을 위한 지출은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추진하려던 서해비단뱃길·한강예술섬·돔구장·어르신행복타운 사업, 각종 복지 사업은 모두 스톱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예산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서울시는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의회는 서울시의 행정을 발목 잡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며 “막바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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