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 즐거워요'-팔순의 신세대 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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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버튼하나만누르면 온세상을 알수 있어요."

전라북도 전주시에 사는 올해 79세의 임병식 할아버지는 요즈음 젊음을 되찾은 듯 즐겁고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4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90년 완산고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이후 별다른 소일거리없이 노년을 지내던 임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온것은 지난 96년 우연히 컴퓨터 교육에 참석해 PC통신을 처음 접하고부터.

"늙은이가 골치아픈 컴퓨터는 뭐하러 배워"

오랫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알고지내던 친구로부터 컴퓨터교육을 받아보라는권유를 받고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하다 한번 들어나보자는 심정으로 교육장에 간것이 계기가 됐다.

95년 12월 한국통신 전북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설명회에 참석, 전북지부 창립준비위원으로 선출되고 이듬해 2월에 처음으로 컴퓨터교육을 받고 내친김에 한국복지정보통신협회 전북지부회장까지 맡았다.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는 PC통신 하이텔에서 60세이상의 노인들이 모여 만든 `원로방''이라는 동호회로 시작해 한국통신의 후원으로 지난 95년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했다.

"가끔 그때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교육장에 나가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임 할아버지는 요즘에는 매주 금요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컴퓨터앞에 앉아 전북지부 회원 4백여명과 전자회의를 진행한다. PC통신의 채팅을 이용해 서로 특정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것.

회원들은 컴퓨터를 모르던 때에는 화투를 치거나 잡담으로 소일했지만 이제는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북지회 사무실을 찾아 PC통신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임 할아버지는 자랑한다.

"치매 방지에도 좋아요. PC통신을 하기전에는 숫자를 거의 기억할 수 없었는데요즘에는 백만단위의 숫자도 한번만 들어도 외울수 있어요"

임 할아버지는 컴퓨터를 시작뒤부터는 머리가 정연해지고 맑아지는 것을 느끼고있다면서 다른 노인들도 컴퓨터를 배워 PC통신을 이용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에는 전국적으로 6천여명의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 컴퓨터를 즐기고 있다. 임 할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전북지부에도 4백여명의 회원들이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서울에 있는 손주들과 E-메일로 서로 소식을 주고 받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격려편지에서부터 손주들의 건강이나 걱정거리를 묻는편지도 모두 E-메일을 이용한다.

손주들은 팔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E-메일을 하는 것을 신기해하면서도 존경한다고.

"최근 이계철 한국통신사장이 펜터업급PC 50대를 기증하고 한국통신 전북본부측에서 인터넷전용선을 갖춘 40여평의 넓은 공간을 마련해줘 사무실이 한결 쾌적한 분위기가 됐다"며 즐거워 하는 임 할아버지는 "이제 인터넷에 도전할 차례"라며 어느네티즌 못지않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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