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의 비애

중앙일보

입력

뮤지컬 '명성황후' 앙코르 공연이 16~3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지난 95년 12월 초연된 이후 서울에서만 벌써 다섯번째다. 흥행과 작품성을 양손에 쥔 작품이니만큼 이렇게 앙코르 회수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사정도 있다. 바로 극장 문제다.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다보니 제작비 10억여원이 든 작품도 불과 3주 정도밖에 대관을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3주동안 객석이 만원을 이뤄도 입장료 수익만으로는 제작비를 뽑아내기 어렵다. 특히 창작물임을 감안하면 겨우 입소문 퍼질만하면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나마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 몇몇만이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하지만 재공연도 어려움이 있다. 같은 극장에서 장기간 공연하는 것과 이를 쪼개서 여러번 하는 것은 제작비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본과 곡 등 작품의 기본구조가 완성돼 있어도 '명성황후' 같은 대형뮤지컬은 앙코르 공연마다 거의 뮤지컬 한편 제작비에 맞먹는 돈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니 제작자들이 앙코르 공연을 하면서도 늘 아쉬워할 수 밖에 없다.

'명성황후' 연출자 윤호진씨는 "앙코르 공연마다 작품을 수정하면서 매번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왔다. 이제는 완성판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니만큼 전용극장에서 장기공연하는 것이 바램" 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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