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부모 학교 망친다’ 글 올려…일파만파

미주중앙

입력

“무리하게 활성화·세금도 낭비”
한인 부모들 “인종차별” 분통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Dual Language Program)'을 맹비난하는 장문의 글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크레이그스리스트(www.craigslist.com)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이 사이트에는 "한국 학부모들이 좋은 학교 망친다(Korean Parents Destroying A Great Public School!)"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이 글은 노스리지 지역 토페카 드라이브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를 둔 한 네티즌이 올린 것으로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져 있다.

이 네티즌은 "몇 년 전 젊은 한인 여성이 (토페카 드라이브 초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한인 학생 영입에 나섰고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활성화시켰다"며 "한인 교사가 영입돼 수학, 과학 등 모든 교과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여긴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며 "왜 한인 부모들은 한인 교사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모두 맡기고 싶어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한국인 교사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직장을 잃었고 우리가 내는 몇백만 달러의 세금이 한국어와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에 낭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을 접한 대다수의 한인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나치게 인종차별적이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글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져나가자 행여나 한인 학부모에 대한 악감정이 생기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많은 한인 학부모들이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백인 학부모들로부터 설명할 수 없는 압력과 굴욕, 그리고 차별 등을 당해왔다"며 "심지어 그들은 '한국인들은 왜 이런식이냐'는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고 말했다.

토페카 드라이브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변지애 코헹가 초등학교 교장은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되면서 이것을 곱지않게 본 일부 학부모들이 정확한 사실을 모른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교육구 측에서도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학부모와 미팅을 주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 학부모들은 이번 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다른 학부모들과 더 화합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LA중앙일보=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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