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한 원지동화장장 … 주민 숙원 사업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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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본마을. 서울시내 첫 화장장 공사가 진행 중인 원지동 앞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색 글자로 ‘서울시는 마을 ‘종(種) 상향’ 심의 즉각 단행하라’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원지동 화장장 주민 대책위’가 내건 이 플래카드는 주변 7개 마을(청룡·원터·탑성·염곡·안골·능안·홍씨마을) 어귀마다 걸려 있다. 종 상향이란 주거전용인 마을 땅을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해 달라는 의미다.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추모공원(원지동 화장장) 반경 1㎞ 안에는 8개 마을에 주민 5000여 명이 살고 있다. 대책위가 플래카드를 내건 것은 3월. 최재만(64·본마을) 대책위원장은 “서울시가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숙원사업을 써내라고 해 종 상향 등을 요구했는데 금세 들어줄 것 같더니 10개월이 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지동 화장장은 서울시가 늘어나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2월 25일 착공했다. 10년간 화장장 건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화장장을 받아들이는 대신 주변 마을의 토지를 주거시설만 지을 수 있는 1종 전용 주거지에서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1종 일반이나 2종 일반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 복지건강본부는 종 상향이 권한 밖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신면호 복지건강본부장은 “종 상향은 서초구가 서울시에 요구를 해오면 도시경관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일”이라며 “당시 주민들에게 약속한 건 종 상향 안건이 시에 올라온 뒤 관련 부처에 의견을 물어오면 복지국에서는 주민들의 입장을 전달해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초구는 8월 서울시에 종 상향 심의 안건을 올렸다가 보류를 요청했다. 이재홍 서초구 도시계획과장은 “도시경관심의위에서 한번 부결된 안건은 5년간 재심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해 보류를 요청했다. 내년 1월 다시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근 여의천 침수방지 공사도 서울시가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차만(75·안골마을)씨는 “1998, 2001년에 여의천이 넘쳐 피해를 입었고 올여름에도 주변 마을이 1m가량 침수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윤종환 개발팀장은 “서울시가 여의천을 50년 빈도 침수에 버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세우는 중이어서 계획이 완료되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종 상향과 침수 대책은 주민들의 최소한의 요구”라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민 차량을 모두 동원해 화장장 공사장 입구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지동 68번지 일대에 총면적 17만1335㎡ 규모로 조성되는 서울추모공원에는 화장로 11기와 묘지공원, 종합의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2년 4월 완공 예정으로 3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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