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거시정책’. 12일 중국이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천명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이다. 긴축 모드로 들어가지만 성장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의도는 그럴싸하지만 이는 반대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10일 중국이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 인상 대신 지급준비율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온 데도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지준율을 올린 건 올 들어서만 여섯 번째다. 하지만 금리는 10월에 딱 한 번 올렸다. 같은 기간 인도는 여섯 차례, 한국은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예금으로 받은 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 놓는 것이다. 지준율이 높아지면 은행이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준다. 상당수 선진국은 지준율을 통화정책 수단으로 잘 쓰지 않는다.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이 발달해 있어 은행들이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해 돈을 마련할 수 있고, 이런 자금은 지준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중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여전히 은행들이 예금에 의존하고 있어 나름대로 긴축 효과는 있다.
그래도 금리 인상에 비해서는 확실히 파급 효과가 작다. 13일 아시아 증시에서 일제히 ‘안도 랠리’가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에 바짝 긴장했다가 지준율 인상이라는 다소 미적지근한 대응이 나오자 한숨 돌린 것이다.
중국을 주저하게 만드는 건 불안한 금융시장이다. 선진국들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돈을 찍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만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경우 투기자금(핫머니)의 유입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이 돈이 자산 거품을 부추기고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 핫머니 유입의 영향으로 위안화 절상 압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인플레 압력이 지준율 인상과 정부의 완력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계속 미적대다간 급속히 긴축으로 돌아서야 하는 상황에 빠져 오히려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9일 “중국은 빠르고 공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