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도 합병과정서 주가조작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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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5월 이후 계열사의 대대적 합병을 추진했던 두산그룹이 합병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오히려 대주주 지분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등 `편법적인 기업 결합'을 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은 14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97년 5월 OB맥주와 두산음료의 합병이 발표되기 2주 전부터 OB맥주의 주가는 45%나 급등한 반면 두산음료의 주가는 23%나 떨어지는 등 합병을 대비해 양사의 주가가 주도면밀하게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가 급등락으로 양사의 주가가 3만3천원대로 같아짐에 따라 양사는 주식시세만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1:1로 책정했었다.

그러나 OB맥주의 경우 합병전 3년간 2천5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든 부실회사였던 반면 두산음료는 합병직전 36억원의 흑자를 내고 사업부문의 순조로운 매각으로 수천억원의 현금유입이 예정된 우량회사였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당시 합병신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양사의 합병비율은 1 대 24.5며, 수익면에서도 두산음료가 OB맥주에비해 몇 배는 높았다"면서 "이처럼 자산가치가 수십 배나 차이 나는 기업의 주가가거의 같아진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양사가 증권거래법에 따라 주식시세와 자산가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면 결코 1:1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양사는`최근 주식시세로 합병비율을 정한다'는 재정경제부의 하위규정을 따른다면서 두산그룹의 지배주주가 주도가 돼 합병비율을 1:1로 책정,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와함께 "두산그룹이 95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97년 계열사를 16개사로, 98년 5개사로 축소하면서 박용오(박용오)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등의 내부지분율을 97년 4월 49.7%에서 99년 4월 57.2%로 늘렸다"고 지적하고 "주력사인 OB맥주의 지분중 절반을 외국에 매각하고 부채 축소를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기업의 내부지분율이 오히려 높아진 이유는 뭐냐"고 따졌다.

두산측은 이에 대해 "상장법인의 경우 관련법규에서는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토록 하고있어 그에 따랐다"고 해명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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