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턴 평양공연 … 북, 미 정부 주선 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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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이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평양 공연을 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폭로 전문 인터넷사이트 위키리크스는 11일 이런 내용이 담긴 미국의 외교전문을 추가 공개했다. 2007년 5월 23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관리들이 클랩턴의 공연을 미 정부가 주선해주기 바라고 있다”고 국무부에 보고했다. 북한의 바람을 전달해준 인물은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인사로 표현돼 있다. 위키리크스는 그의 이름을 X자로 지운 상태로 전문을 공개해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버시바우는 전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클랩턴의 팬”이라고 설명하면서 “공연이 (북한과의) 친선 증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2006년 일본의 후지TV는 독일에서 열린 클랩턴의 공연 현장에 나타난 김정철의 모습을 포착해 공개했다. 2008년 2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은 클랩턴의 북한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클랩턴 측이 방북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힘에 따라 공연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한편 외교전문엔 “북한이 가족 상봉을 미끼로 해외 이산가족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들어 있다. 인권 활동가인 이 소식통은 “북한 밖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북측 친지와 재회하기 전부터 돈을 뜯기고 있다. 북한 당국이 엄청난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버시바우에게 말했다. 그는 “만약 (상봉 대상으로) 선정되면 가족들은 원하지 않는 관광을 요구받는다. 친지들을 만나기 전 반드시 택시를 이용하도록 해서 수천 달러의 요금을 받아 챙기고 정작 만나는 시간은 얼마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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