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음지에서의 노고, 대전 김기복 감독

중앙일보

입력

"3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지난 97년 프로축구 막내 구단 대전 시티즌의 창단감독을 맡아 겁없이 덤벼들었었는데…. "

3년 계약 마지막 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맞는 김기복(55)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탈락이 결정됐지만 김감독은 선수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경험도 기량도 내놓을 것 없는 선수들을 모아 3년만에 어느 팀도 만만히 보지 못할 전력으로 만들어놨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13일 수원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대전의 정규리그 성적은 9승17패(승점 24)로 8위. 진 경기 대부분이 1점차였을 정도로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라 경기를 노련하게 이끌 리더부재가 약점이었다.

놀라운 것은 대전의 득점력이 전체 4위(40골)라는 사실. 워낙 실점을 많이 하며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져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대전은 매 경기 많은 골을 주고받으며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한번도 베스트 멤버를 구성해 보지 못한 것도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신인왕 0순위' 성한수가 초반 몇 경기 반짝하더니 부상으로 도중하차했고 '샤프' 김은중도 대표팀을 들락날락하며 큰 도움이 못됐다.

"외국인 선수 한명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말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변함없이 성원해 준 대전 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유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김감독의 진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진퇴에 관계없이 신생팀을 맡아 음지에서 최선을 다한 김감독의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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