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학자의 엇갈린 日 경기대책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 경제학자인 미국 MIT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와 일본 노무라(野村)총합연구소의 주임연구원 리처드 쿠가 일본의 경기대책을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일본의 잡지사 문예춘추의 주선으로 이뤄진 대담에서 두 사람은 일본의 경기대책 및 엔고에 대해 서로 대립되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 크루그먼〓일본 경제가 당면해 있는 문제는 수요 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화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 금리가 제로 수준에서 돈이 고여 있는 현상을 깨려면 상식을 벗어나 통화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도 물론 병행돼야 하지만 재정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고 통화공급을 '과격하게' 늘려야 한다.

일본이 과거 10년간 금융을 조금씩 완화해 인플레율이 5%정도로만 됐어도 상황은 다소 개선됐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2백~3백%의 인플레가 필요하다. 엔화 가치는 일본의 거시경제 상황에 비춰 확실히 과대평가돼 있다. 이는 시장이 자산으로서 엔화의 가치를 평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엔이 구조적으로 과대평가된 상태에서는 시장개입이 큰 효과가 없다. 일은이 대대적인 통화공급에 나서야 엔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단순히 수출을 늘릴 목적으로 엔저를 유도한다면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 전체를 회복시켜 수출입을 동시에 늘리면서 엔을 약세로 끌고 가야 한다.

◇ 쿠〓일본인.일본기업들은 모두 자산가치의 하락에 따라 부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것이 큰 흐름을 이뤄 불황을 깊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크루그먼 교수의 주장대로 통화량을 늘려도 돈은 돌지 않고 수요도 자극할 수 없다. 지금의 일본 경제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은 90%가 재정정책이고 10%가 금융정책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자극에 주목하지 않은 채 금융완화에만 매달리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이미 금융기관은 돈 굴릴 곳을 못찾아 쩔쩔매고 있다. 환율대책의 경우 엔고를 저지하기에 앞서 경상수지 흑자 감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수확대.규제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위적인 엔저로 경상흑자가 불어나 엔화가치가 다시 상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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