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인 주가·자재값 뻥튀기 … 회사 재산 752억 해외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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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본부세관은 회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가짜로 수출 신고한 혐의 등(대외무역법 등 위반)으로 국내 정밀화학 전문업체 S사 홍콩법인 대표 박모(45)씨를 구속하고 이 회사 대표 오모(39)씨와 국내 자회사 대표 차모(44)씨를 각각 불구속입건 했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2005~2006년 홍콩에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2곳으로부터 알루미늄 관련 중간재를 수입하면서 원가보다 10~30배 비싸게 지불하는 수법으로 차액 약 303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홍콩법인 주식을 현지 페이퍼컴퍼니 4곳에 유상증자를 통해 배정하고 S사가 이를 12배 부풀린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수법으로 449억원의 재산을 홍콩으로 유출하는 등 모두 752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다. 세관은 이들이 2005~2007년 S사와 계약을 맺은 홍콩 페이퍼컴퍼니 10곳에 중간재를 수출하면서 거래가를 부풀리거나 세관 당국에 수출품명을 가짜 신고하는 수법으로 1710억원어치의 물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도 밝혀냈다.

 이들에게는 대외무역법·외국환거래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관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으며, 관련 범죄 총액이 32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또 S사의 거래 실적을 늘려 회사의 재정상태와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하거나 개인이 투자한 회사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분식회계를 통해 S사의 주가는 2005년 주당 1만원에서 2007년에는 4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0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사는 해외 유수의 기관투자가를 끌어 모았고 결국에는 이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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