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투신 땜질처방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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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을 보면 밀려오는 홍수로 붕괴위험을 맞은 댐을 연상케 한다. 대우 부실이라는 홍수에 금융체제의 댐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그 댐은 대우 홍수가 터지기 전에도 이미 부실할 대로 부실한 상태였다.

지난 수년 고객 돈으로 연명해 오던 투신은 지난해 말부터 저금리와 고주가로 하루하루 연명해 온 터였다.

이에 대우 홍수까지 밀어닥치니 댐의 수위(금리)가 올라가다 못해 이곳저곳이 새기에 이르렀다. 지난 2개월 정부는 투신에 기약없이 환매자금을 대주는 땜질로 일관했다.

대우 홍수의 물길을 돌리고 투신 둑의 근원적인 보수를 하라고 시장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는데도 말이다.

땜질로는 물 새기가 그치지 않았고,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이제는 둑 주변 사람들(투신 투자자)뿐 아니라 댐의 하구에서 살고 있는 일반인들까지 댐이 무너질까 불안해 한다.

그래서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금융시장 안정대책. 제 코가 석자인 은행.증권사더러 20조원의 채권안정기금을 마련해 대우사태 이후 사실상 휴면상태인 채권을 사들이라고 하고, 그것으로 안되면 한국은행까지 나서겠다고 한다.

그 대책은 대우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다음달 초까지 확정지어 대우 홍수의 물길을 바로잡겠다는 것 외에는, 한 마디로 속이 무너져 내려 붕괴위험이 있다는 댐에 시멘트를 더 갖다 붓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그 시멘트의 양이 원체 많다 보니 단기간에는 금리가 내려갈 수 있고, 그래서 투자자들이 11월 10일에는 물난리(금융대란)가 안 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냉담하다. 정부가 시멘트(자금)를 갖다 부으면 댐의 높이가 높아져 마치 수위(금리)가 낮아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속이 무너지고 있는 댐이니, 갖다 부은 시멘트로 더 높아진 댐이 무너지면 더 큰 물난리(금융위기)가 난다는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댐의 근원적인 보수, 즉 투신사의 구조조정은 하루가 급하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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