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 된 것 같아 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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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새일맘들은 한목소리로 “우리가 회사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소비재 업체의 경우 많게는 90% 이상의 회사 매출을 새일맘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선영(42) 아모레퍼시픽 방문 판매원은 “우리 덕분에 많은 손님이 화장품을 눈앞에서 소개받을 수 있다”며 “제일 앞장서서 회사 제품을 소개하는 직원이란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도 갖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하고, 단골 고객을 만들어 관리하는 데는 아줌마 특유의 ‘살가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성미(39) LG생활건강 방문 판매원은 “손님들도 젊은 아가씨나 남자보다 편하다며 쉽게 마음을 연다”며 “‘아줌마의 힘’을 보여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 책임감과 인내력이 새일맘의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주부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르고 달랬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혜자(50) 풀무원녹즙 모닝스텝은 “다양한 고객을 만나 끊임없이 제품을 소개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참을성 있는 주부들이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새일맘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도 했다. 박종성(49) 이마트 성수점 캐셔는 “가정에만 있느라 새일맘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주부가 많다”며 “새일맘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일맘은 일을 시작한 뒤로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그동안 주부로 지내야만 했던 데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신영숙(46) 한국야쿠르트 방문 판매원은 “아침마다 출근할 곳이 있어 든든하다”며 “회사원처럼 깨끗하게 화장한 모습으로 집을 나설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하고, 건강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식음료 제품이나 화장품·정수기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새일맘의 경우, 일을 하면서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혜령(30) 한국야쿠르트 방문 판매원은 “일을 하면서 많이 돌아다녀 건강해졌다”며 “가족에게도 좋은 먹을거리를 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새일맘을 바라보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새일맘 김모(36)씨는 “아줌마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낮춰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으로 따뜻하게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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