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존 프레스보 다우존스 인덱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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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한반도를 덮은 커다란 검은 구름(a big black cloud)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이 위기 대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다우존스 인덱스 존 프레스보(70·사진) 회장은 악화된 남북관계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일 미국 뉴저지 다우존스 인덱스 본사에서 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다. 마침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 미국판 1면과 15면에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프레스보 회장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를 단번에 바꾸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반도에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점, 즉 불확실성(uncertainty)은 한국 시장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위기 대처 능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묻자 “장기적인 안목”이라며 “투자자들은 (대북 사업 등) 남북관계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다우존스 인덱스는 기업 평가 및 투자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하고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곳이다. 뉴욕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를 비롯해 13만여 개의 금융 관련 지수를 제공한다. 1964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로 입사한 프레스보 회장은 96년 다우존스 인덱스 대표로 옮겼다.

 프레스보 회장은 “부정적 요소를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가 그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라며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DJSI는 기업을 단순히 재무적 정보로 파악하는 게 아니라 지배구조, 사회공헌도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DJSI에 편입된 한국 기업의 수도 늘고 있다. 올해는 삼성전자·포스코·롯데쇼핑 등 13개 기업이 포함됐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업종 선도기업(Supersector Leader)’으로 선정됐다.  

롯데쇼핑, DJSI 업종선도기업 선정

업종 선도기업은 19개로 나눠진 DJSI 각 업종 내에서 최고점을 받은 기업으로, 롯데쇼핑은 유통 부문에서 영국의 막스앤스펜서, 미국의 갭 등을 제치고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친환경 상품 유통을 촉진시키고 장바구니 캠페인을 펼치는 등 일관된 환경 경영정책을 수립해 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프레스보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업종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세계적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우리의 기준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JSI에 등재된 유일한 담배회사인 BAT(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를 예로 들었다. “일반적으로 담배회사는 건강 문제로 인한 소송 등 위험 요소가 많아 사회적 책임지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BAT가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점에 주목했다”며 “지리적으로 불안정한 한국 기업도 얼마든지 DJSI 등재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저지=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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