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서 농업기술까지 … 베트남서 한류 열풍 드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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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농업무역유통센터에서 열린 한·베 음식문화축제에서 농촌진흥청 황영 농업연구사(왼쪽에서 셋째) 등 한국인과 하노이 시민들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 [권호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농업무역유통센터(AGITRADE).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한·베 음식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의 메인 행사는 김치 만들기.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를 직접 만들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태권도와 가요 공연도 곁들여졌다.

 # 하노이 외곽지역의 베트남 농업과학원에는 0.5ha(5000㎡) 규모의 시범 재배단지가 있다.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는 이곳에서 카사바와 자트로파 등을 키우며 생육 과정을 관찰한다. 두 작물은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식물성 알코올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사용된다.

 베트남, 한류 열기로 차 있는 나라다. 한국 드라마, 저녁 황금시간대 TV를 장악하고 있다. 베트남 젊은이들, 한국 대중가요 한두 곡씩은 맛깔나게 불러낸다. 그런 베트남에 한국의 먹을거리와 농업 기술이 또 다른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에선 특히 김치가 인기다. 곁들여 먹는 밑반찬이 아니라 ‘고급음식’으로 통한다. 500g짜리 한 봉지에 4만5000동(2500원)에 팔린다. 한 끼 식사 가격(1만 동)과 비교할 때 적잖은 가격이다. 음식문화축제에 참여한 류프렁중(19·여)은 “베트남에도 절인 채소를 이용한 밑반찬이 있다”며 “조금 맵지만 신맛이 입에 감겨 맛있다”고 말했다.

 삼겹살과 김밥, 막걸리의 호응도 좋았다.

 KOPIA에선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의 농업모델을 많이 배우고 있다”(응엔반보 농업과학원장)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7월 베트남에 KOPIA를 개설했다. 베트남 국립농업과학원과 공동으로 채소 연구센터와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를 두고 기술 전수와 연구를 진행한다. 채소 연구센터에선 고추·상추·생강·마늘 등 한국 종자를 들여와 재배 연구가 한창이다. 이곳의 또띠뚜하 선임 연구역은 “한국의 새 종자를 심고, 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술력을 전수받고 있다”며 “비닐하우스 장비와 분무시스템 등 선진 농업 자재도 한국에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하노이=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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