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라크 어린이까지 동원한 '카타르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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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로는 처음으로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당초 카타르는 월드컵이 열리기에는 더운 날씨라는 단점때문에 실사평가단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그런 카타르가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상 프리젠테이션(PT)였다.

카타르는 호주 감독의 작품으로 헐리우드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을 내보였다. 중동의 축구소년을 비롯해 FIFA의 결정을 기다리는 카타르 국민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특별한 말소리 없이도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열망과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전쟁이 멈추지 않은 이스라엘, 이라크 등에서 어린이들과 인터뷰한 게 인상적이었다. 한 소녀가 “중동에서 월드컵이 열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월드컵을 통한 서아시아 국가들의 화합과 유태인과의 평화를 호소하며 유태인 소년이 등장해 "카타르를 응원 하겠다"고 말하는 모습도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카타르는 '바로 지금이 중동에서 월드컵이 열려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FIFA 집행위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매우 감동적인 PT였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을 비롯한 수많은 외신들도 "카타르가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며 호평했다.

그러나 한국은 조금 달랐다. '축구'를 주제로 영상 전체를 구성한 카타르와 달리 한국은 붉은 악마와 여자축구 우승장면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축구와 연계되는 장면이 없었다. 다양한 분야의 국민들이 축구공을 들고 웃는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의미부여를 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네티즌들은 한국의 PT영상을 두고 "6.25전쟁, 한강, G20 정상회의 등 월드컵과는 큰 관련이 없는 '나라 소개' 정도가 전부"라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혹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짜집기 영상'"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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