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학력 부실'…고입 무시험등이 큰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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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학년 학생들의 교과별 학력 수준이 11년전 고1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전문기관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88년 서울·부산등 5개지역 7개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국어·수학·영어·과학 4개 과목의 표준학력검사를 지난 3월말 동일한 지역·학교 고1을 상대로 치르게해 성적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총점(4백점)
을 비교할 경우 88년엔 평균이 2백59.6점(1백점 환산으로 64.9점)
이었으나 올해는 2백24.7점(56.2점)
으로 34.9점(8.7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로는 수학이 88년 평균 61.2점에서 올해 64.6점으로 올랐을 뿐이며,▶국어 14.1점 ▶영어 14.3점 ▶과학 10점 씩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학력검사란 고1학생들이 중학교 과정에서 얻은 각 과목별 지식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다.연구소측은 88년과 올해를 비교해 교과과정이 달라진 부분의 문항은 제외했다.

연구소 김영일 이사는 "올해 고1의 경우 88년과 달리 고입 무시험 전형에 해당돼 중학교 성적만으로 고교 진학이 가능해진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갈수록 쉽게 출제되면서 학생들이 교과목별 기초 지식 습득을 등한히 하는데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2학년도에는 특별한 재능만 있으면 대학 입학이 가능한 특별전형의 모집 인원 비중이 크게 늘고 수능시험 역시 일정 성적만 올리면 입학이 가능하게 되는 등 자격고사화될 전망이어서 학력 저하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 고교를 비교한 결과 비평준화 지역의 경우 1백점 만점 기준으로 59점(88년)
에서 58.5점(올해)
,평준화 지역은 68.9점(88년)
에서 54.7점(올해)
으로 각각 점수가 떨어졌으나 평준화지역의 점수 하락 폭이 더욱 컸다.

서울시교육청 윤웅섭 중등교육과장은 "11년전과 지금은 교육과정이 크게 달라진데다 암기능력 보다는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며 조사 결과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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