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에 9·11 테러” … 세계 외교가에도 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의 최일선’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교 분야에서의 9·11 테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2001년 9·11 테러처럼 고층 빌딩이 주저앉는 사태는 없지만 미국 외교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의미다.

무엇보다 첩보원이 아닌 정식 외교관들이 정보 수집을 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외교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됐다. 미국의 정보 활동에 도움을 준 인사들의 인적 사항이 밝혀져 이들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주요 요인에 대한 뒷조사는 인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미 백악관은 이 때문에 즉각 성명을 내고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미 외교전문을 통한 각국의 현장보고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불완전한 정보가 많다”며 “자유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적 외교 활동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은 이미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는 세계 외교가의 9·11 테러 사건”이라며 “국가들 간 신뢰관계도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콘블룸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도 “외교는 신의에 바탕을 둬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그런 신의가 깨진다면 그 다음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픈 파나케레 벨기에 외무장관은 좀 더 직설적으로 미 정부를 비판했다. 파나케레 장관은 29일 “미 정부가 해외공관의 외교관을 사실상 ‘간첩’으로 활용했다”며 “(자국) 이익 보호와 이를 위해 쓰는 수단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외교행위와 간첩행위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