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새 주인 누가 되든 3년간은 기업문화 손대지 말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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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누가 메디슨의 새 주인이 되든 최소 3년간은 메디슨의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를 손대지 말길 바랍니다. 그게 메디슨을 키우는 길입니다.”

 메디슨의 손원길(57·사진) 부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북미방사선학회(RSNA) 2010’ 회사 부스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의료기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데 메디슨이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버리면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손 부회장은 “의료기기 시장에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는 없다”고 못 박았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주 고객인 만큼 좀 더 저렴하고 참신하다고 신제품을 덥석 갖다 쓰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다. 극히 보수적인 풍토의 의료기기 시장에서 메디슨 정도의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려면 10년 넘는 세월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메디슨이 신제품을 내 시장에 진입하는 데 3년 정도 걸립니다. 무명 회사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데 7년,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데 3년이 더 걸리고요. 기술 우위와 고객 네트워크는 다른 업종보다 더 위력을 발합니다.”

 이 회사는 디지털 X선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처음 선보였다. 초음파 기기 회사가 비초음파 쪽 문을 두드린 것이다. 손 부회장은 “종합 의료기기 업체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이번에 한 것인데 새 주인이 3년을 기다려줄지 궁금하다”고 했다. 2002년 부도를 낸 뒤 2006년 법정관리를 졸업한 메디슨은 지난해 초 투자전문회사 칸서스파트너스를 최대주주(41%)로 받아들였다. 이후 턴어라운드(위기극복)의 조짐을 보였다.

2002년 1%로 추락한 초음파 진단장비 세계 시장점유율은 올해 7%로 회복될 전망이다. 2008년에 매출 2000억원 고지를 회복하고, 올해에는 국내외 사업장 연결기준으로 3400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이익도 3년 연속 3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칸서스에서 파견돼 메디슨 대표이사를 맡아온 손 부회장은 칸서스로 돌아갈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미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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