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 항의서한에 어떤 의미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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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언론인협회(IPI)
가 오홍근(吳弘根)
국정홍보처장의 해명서에 즉각 반박 서한을 보냄으로써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세계언론은 홍석현(洪錫炫)
중앙일보 사장 구속사태를 표적수사에 따른 '언론 길들이기'로 인식하고 있음이 재확인 됐다.

IPI는 특히 '수사 목적상 불가피한 수단'이 돼야할 구속이 '형벌 그 자체'가 되고 있는 아시아적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통상적'으로는 볼 수 없는 국세청 세무 조사와 구속 수감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洪사장에 대해 여론몰이식 단죄를 하고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국정홍보처로선 국세청 조사자료 등 상세한 관련자료를 첨부해 보낸 해명서가 조목조목 반박당하는 창피를 당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정부위상만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됐다.

국정홍보처는 "한국 국민은 洪씨 구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있다", "(언론탄압 의혹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언론인은 위법행위도 용인돼야하느냐며 항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IPI는 이를 일축했다. 오히려 이번 수사에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게 아니냐는 짙은 의구심을 내비쳤다.

IPI는 물론 "법적 수사가 모든 국민에 동등하게 적용돼야한다"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한다"등 수사형평성 등 기본 원칙에 이의를 달지는 않았다.

그러나 ▶탈세조사 자체가 통상 조사와 거리가 있고 ▶조사결과 발표가 이례적으로 실시됐으며 ▶혐의를 받고 있을 뿐인데도 이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점 등이 그러한 기본원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열거했다. IPI는 한발 더 나아가 일련의 과정에 숨은 정치적 의도가 洪사장을 퇴진시키려는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번 사건이 "국세청과 검찰이 독자적으로 조사,수사한 것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어떤 정부기관도 영향력을 행사하지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IPI는 "국정홍보처가 첨부한 국세청 자료등을 검토한 결과" 기업에 대한 단순한 일반 세무조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IPI는 끝으로 모든 자료가 압수된 상태인만큼 洪사장이 증거인멸할 우려도 없고 아울러 도주우려가 없는 만큼 즉각 석방돼야한다고 못박았다.

IPI의 반박서한은 국정홍보처의 해명이 호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이번 사태를 현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한 중앙일보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IPI는 전세계 1백여개국 신문·출판·통신,TV·라디오 방송의 편집인들과 중견 언론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최고 권위의 국제 언론단체다. 정부는 이제 이 단체의 견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훈범 기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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