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6 대 0 … ‘크리스마스 신부’ 윤옥희 깔끔한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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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금메달로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킨 윤옥희가 한국 응원단에 인사하고 있다. [광저우=김성룡 기자]

‘크리스마스의 신부’ 윤옥희(25·예천군청)가 금빛 과녁에 화살을 적중시켰다.

 한국 여자 양궁의 간판 윤옥희는 23일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레인지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에이스 청밍을 세트스코어 6-0(27-25, 28-27, 28-27)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윤옥희는 단체전 우승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쿠마리 디피카(인도)를 6-2로 누른 윤옥희는 결승에서 중국의 청밍과 만났다. 청밍은 8강에서 기보배(22·광주광역시청)를 꺾은 만만치 않은 기량의 선수.

 윤옥희는 1세트를 이겨 세트스코어 2점을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첫 발과 두 번째 발, 윤옥희가 9점을 쏘면 청밍도 9점을 따라 쐈다. 하지만 세 번째 발에서 윤옥희가 9점을 기록하자 청밍은 7점으로 뚝 떨어졌다. 2세트는 19-19로 맞선 상황에서 청밍이 먼저 8점을 쐈고, 윤옥희가 침착하게 9점을 맞춰 2세트에 걸린 2점도 모두 가져갔다. 윤옥희는 3세트에서도 19-18로 앞선 상황에서 청밍이 9점을 쏘자 마지막 발을 9점으로 마무리, 세트스코어 6-0 완승을 거뒀다.

 ◆윤옥희는 누구=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그는 세계 여자양궁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였다. 지난 9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 파이널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왕중왕에 오른 여제다.

 윤옥희는 고교 때는 깜짝 신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20대 중반이 돼 전성기를 맞은 선수다. 2005년에 처음으로 선발전 바늘구멍을 뚫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현재 개인싱글 60m와 단체 싱글, 개인전 본선 12발, 올림픽라운드 70m 단체, 단체 24발 등 5개 부문에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 때부터 전통 활을 만들어 왔고 아직도 이름난 장인들이 활동하는 ‘활의 고장’ 예천 토박이다. 윤옥희는 월드컵 파이널 우승과 이번 대회 2관왕 달성, 최고 체육훈장인 청룡장까지 받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같은 예천 출신으로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회사원과 성탄절인 다음 달 25일 웨딩마치를 울린다.

윤옥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는 시집가기 전에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드리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김효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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