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질긴 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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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32강전>
○·퉈자시 3단 ●·박지연 2단

제7보(78~90)=귀가 사는 수는 없다. 포위가 안 되니까 사석전법도 쓸 수 없다(‘참고도 1’ 백1도 흑2로 붙여 안 된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고심에 잠겨 있던 퉈자시 3단은 78을 선택했다. 최선의 수였다. 맛을 노리려면 역시 이 한 점을 살려둬야 한다. 박지연 2단은 79로 날쌔게 한 방 치중해 놓고 81로 성큼 뛰어나온다. 정말 좋은 곳이다. 백쪽에서 당장 이 자리에 씌우는 수가 없긴 하지만 흑이 두니 천하의 명당자리. 귀는 손을 빼는 바람에 82로 패가 났지만 백△들이 빈사상태인 만큼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차피 백에 81자리 씌우는 수가 없다면(전보에서 설명한 대로 A로 나가면 포위 불가능) 81로는 아예 ‘참고도 2’ 흑1로 잡아 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러나 이건 흑도 맛이 나쁘다. 일례로 백2를 선수한 뒤 4로 뒷수를 슬쩍 줄인다. 여기에 덜컥 받아주면 6으로 씌워 바로 수가 난다. 85부터 패싸움이다. 이때 86이 참으로 끈끈한 수이자 퉈자시의 저력을 보여 주는 호착이다. 87로 한 번 간을 본 뒤 89로 파호했으나 이젠 흑도 이 백을 잡으려면 B와 C에 두 수를 더 들여야 한다. 한마디로 먹기 힘든 질긴 고기가 된 것이다(90=82).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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