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성인지’ 예산 … 기초노령연금사업까지 끼워넣어 취지 무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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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보건복지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2조8253억원의 기초노령연금지급 사업이 들어있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성인지(性認知) 예산으로 분류했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평가해 양성 평등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올해 예산안에 처음 도입됐고, 내년 예산안에 정부의 두 번째 성인지 예산서가 첨부됐다.

 그런데 과연 기초노령연금지급 사업이 성인지 예산에 적당할까.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성인지 예산서 대상 사업을 성평등 목표와 연계성이 모호한 인위적 기준으로 나누다 보니 성별 영향이나 양성 평등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예산사업이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18일 발간한 ‘2011년도 성인지 예산서 분석보고서’에서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기초노령연금이다. 이 사업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노인 70%에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법에서 정한 소득 기준에 따라 지급하면 되는 것이지, 양성 평등을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는 사업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대규모 복지사업이 포함되면 오히려 성인지 예산안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성인지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360억원), 취업촉진수당(2150억원)과 취업애로계층 고용촉진사업(572억원), 기획재정부의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법률지원(28억원),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2206억원) 등도 마찬가지 지적을 받았다. 이를테면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 사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이지, 여성 인력 활용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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