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아시아, 주목 받는 한국,국내 취업땐 한국형 MBA가 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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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20면

해마다 연말이면 여러 호텔과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설명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선 수많은 MBA 성공사례와 졸업생들의 확신에 찬 추천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서울 주요 학원가에선 MBA 준비 시험과 에세이 작성, 면접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MBA 과정을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MBA, 이래서 좋다

흔히 MBA라고 하면 미국의 유명 대학을 떠올리기 쉽지만 향후 진로를 국내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대학의 MBA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도 채용 시 한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는 한국형 MBA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 ‘아시아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경제의 흐름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국내 대학 MBA라서 해외 경험이 부족할 것이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해외 스터디 투어의 기회도 다양하고, 원한다면 해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거나 복수 학위도 받을 수 있다.

나는 삼성SDS에서 과장으로 일하면서 처음엔 해외 MBA를 목표로 준비하다가 나중에 국내 MBA로 돌아섰다. 해외 MBA는 대부분 2년 학제인 데다가 현지 취업이 불확실하다 보니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국내에서 MBA를 한다면 학업에 전념하는 전일제(풀타임)와 야간 또는 주말에 직장과 병행하는 파트타임 과정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 전일제는 회사의 지원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 퇴직이나 휴직을 해야 한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나는 MBA 이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겠다는 생각에 전일제를 선택했다. MBA 기간은 학교마다 1~2년으로 조금씩 다른데 내가 졸업한 서울대 MBA는 1년 집약 과정이어서 생활비와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솔직히 MBA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수많은 과제와 발표·시험 준비 때문에 새벽에 학교 문을 나선 적도 부지기수였다.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갑자기 신종 플루 증세로 입원하는 바람에 열흘 넘게 병원에서 학교로 통학하기도 했다. 그렇게 배운 경험과 지식은 취업 후 사업계획을 세우고 고객에게 보다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는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확신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 MBA 경영사례 분석대회’(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머니투데이 공동 주최)에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은 것을 들 수 있다. 동료 둘과 팀을 이뤄 ‘SK그룹 시너지를 이용한 신성장 동력’을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열린 ‘세계 MBA 기술전략 대회’에 네 명의 동료와 함께 참석해 ‘에릭슨의 향후 5년간 비즈니스 성공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스위스로그라는 세계적 물류 자동화 솔루션 업체의 한국 진출 프로젝트를 맡아 3개월 동안 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결과 스위스로그 한국 지사 설립 후 지사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들과 MBA 동문들에게서 다양한 마케팅·전략·인사 관련 조언을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MBA를 준비 중이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MBA가 단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 지팡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MBA 졸업은 곧 성공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MBA 과정에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경영학 이론과 수많은 비즈니스 사례 분석 방법 등을 배운다. 이렇게 경영자의 기본 소양을 쌓은 뒤엔 다시 냉혹한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각 학교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MBA 이후 예상되는 진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자신만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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