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중국 경제, 인플레를 조심하라 …이대로 가면 미국의 ‘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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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미전쟁
랑셴핑 지음
홍순도 옮김, 비아북
392쪽, 2만원

영화 ‘아바타’와 ‘공자’가 올해초 베이징 극장가에서 충돌했다. ‘공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얻었다. 흥행을 이어가던 아바타를 내리고 공자를 걸라는 당국의 지침이 떨어진 것. 결과는 ‘공자’의 참패였다. 중국인조차 ‘공자’를 외면했다. 왜그럴까. 홍콩 중문대학 석좌교수인 랑셴핑(郞咸平·54)교수는 신간 『중미전쟁』(원제 帝國主義在中國2)에서 “중국 영화는 문화적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중국 영화가 헐리우드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저자에게 영화는 미국과 중국의 실력차를 보여주는 상징일 뿐이다. 그는 환율 에너지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의 헛점을 지목한다. 랑셴핑 특유의 독설 화법이 독자의 감각을 깨운다.

 저자는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지금의 중국 경제를 ‘위기’라고 진단한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위안화 가치 상승, 임금 인상 등으로 제조업 여건이 악화됐다”며 “산업자본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중국에는 지금 거품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2009년 내수확대를 위해 푼 20조 위안(약 3500조 원)의 재정·신용대출까지 겹쳐 심각한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이지만 미국의 경제 전략에 강한 의구심을 표현한다. 중국이 ‘미국의 먹잇감’이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환율전쟁과 무역전쟁에 이어 인플레를 조장하는 원가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걱정한다는 점에서 『화폐전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화폐전쟁』이 서방 금융재벌의 음모론적 시각을 기본으로 한데 반해 이 책은 탄탄한 경제논리로 전쟁의 속성을 파헤친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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