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직원들의 천국’ 꿈꾸는 기업, 한국에도 있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
김종훈 지음
21세기북스, 316쪽
1만5000원

천국 같은 직장은 미국 구글(Google) 본사에만 있는 줄 알았다.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주제를 놓고 ‘공감’과 ‘배려’의 조직문화를 부르짖어 왔지만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기업 중에도 일류를 꿈꾸며 구성원 중심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온 곳이 있다. 1996년 설립된 CM(건설사업의 기획·설계·발주·시공·유지 등 통합관리)회사 한미파슨스다.

 지은이는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회장. ‘21세기 기업’ ‘꿈의 직장’ 목표로 매진해온 그가 자신의 경영철학과 실천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훌륭한 일터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꼽는다. 그래서 한미파슨스에는 독특한 제도가 많다. 대학원 진학 지원, 자기계발비 지원은 물론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퇴근해 교양강좌나 동호인 모임에 참여토록 밀어주는 제도까지 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은 “일하기 좋은 기업은 저절로 이뤄질 수 없다. 회사 구성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철학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포토]

 김 회장은 심지어 경영지원부서에 ‘회사 편에 서지 말고 구성원 편에 서라’는 원칙을 지침으로 줬다고 한다. 임원은 5년, 직원은 10년마다 2개월의 휴가를 받도록 한 ‘안식휴가제도’도 도입했다. 휴식과 여가가 삶과 업무의 질을 높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직원보다 먼저 휴가를 떠나며 “이제 부지런함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스마트하게 일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성과는 좋았다. 상암월드컵경기장, 타워팰리스, 알펜시아 리조트 등 국내외 700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회사 매출액이 창립 당시보다 13배로 늘었고, 또 36개국에 진출할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이게 다 ‘즐겁고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은이의 경영철학은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 만들기’란 큰 구상과 맞닿아 있다. 휴식이든, 직장이든, 시장이든 기존의 틀로 바라보는 시각과 발상으로는 진정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로 무장하라’(161~173쪽) 대목이 인상적이다. 건설업계 혁신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코리언 스탠더드’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있다. 미래형 기업문화 창출을 고민하는 CEO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