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 털면 힘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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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5월 옵션만기일(12일)을 넘기면 증시의 주가 행보가 가벼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프로그램 매매 잔고만을 놓고 보면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만하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잠재 매물이 될 수 있는 매수차익 거래잔고(되팔기 위해 사놓은 주식 현물)은 바닥권인 4445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프로그램 매수로 이어질 수 있는 매도차익 거래잔고(되사기 위해 판 주식 현물)는 무려 1조303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만기 당일 청산돼 고스란히 프로그램 매수로 잡히는 옵션연계 매도 잔고 역시 526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마디로 향후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잠재적인 매수 물량이 매도 물량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선물시장의 베이시스(선물에서 현물을 뺀 값)가 개선될 경우 프로그램 매수가 활발히 유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한화증권 이영 연구원은 "잠재 매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수차익 잔고가 많지 않다고 해도 11일 선물시장 베이시스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따라서 옵션 만기일과 관련해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주 들어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점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서준혁과장은 "11일까지 3일 연속 외국인들이 1만계약 이상의 선물을 매도했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6000억원에 달하는 매도 물량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자칫 북핵 문제 등이 돌출할 경우 수급 여건과 상관 없이 대규모 선물 투매나 프로그램 매물 급증 같은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증시가 급락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식투자 여건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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