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탄다, 신종적립신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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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외환위기 직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신종적립신탁 가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에 못 미칠 정도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 수익률은 지난 1월의 연 6.27%에서 4월에는 1.12%로 뚝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같은 상품도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평균 2% 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채권에 투자한 뒤 가입자들에게 운용 실적을 돌려주는 신종적립신탁은 1997년 말에 등장해 2000년 여름까지 팔렸다.

특히 98년엔 연 17% 안팎의 고수익을 올리면서 '재테크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고수익 덕에 상품 만기가 3~5년이었는데도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도 해지를 하지 않고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신탁 자산은 현재 5000억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로는 2조원 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적립신탁은 최근까지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과거에 편입된 고금리 채권 덕분이었다. 국민은행의 신종적립신탁도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연 5.3%였다. 그러나 고수익 채권들이 속속 만기를 맞아 상환되는 가운데 새로 편입할 채권들의 금리는 많이 떨어져 수익 내기가 어려워졌다.

국민은행 신탁팀 김종호 과장은 "신탁 자산의 대부분을 국공채 위주의 안정성이 높은 자산에 굴리고 있다"며 "그래도 97년 이후의 전체 평균 수익률을 보면 7.8% 정도로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도 "금리가 25% 수준으로 치솟았던 98년엔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투자할만한 대상이 금리가 낮은 단기 채권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김 과장은 "다른 채권형 투자상품들이 마이너스 수익을 내는 것에 비하면 아직 나쁘진 않다"며 "고객 스스로 기준 수익률을 정한 뒤 이를 근거로 계약을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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